[Book] 처음만난 자유

2011. 11. 7. 12:54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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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감화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인공 안토니오는 다른 원생들처럼 어떤 사고를 쳐서가 아니라 가정의 보호가 힘들어서 수감(보호)돼 있다. 
룸메이트였던 돌아이 페르민이 유일한 친구였는데 그마저 소년감화원에 있을 나이가 넘어 다른곳으로 옮겨간다.

룸메이트 '돌아이 페르민'이 곁에 없는거 빼곤...그리고 아이들의 따돌림 빼곤 모든게 만족스러운 감화원 생활이었다.
답답하기는 커녕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음 편했다.


그러던 중 새로운 룸메이트 페드로가 오게되면서 안토니오에게 큰 변화가 생긴다.
페드로는 안토니오나 페르민과는 달리 항상 수감원 밖의 자유를 꿈꾸고 어느 수감원에 있든 탈출을 해오던 원생이다.


매일밤 페르민의 환영에 시달리던 안토니오...그 환영은 어쩌면 페르민이 아니라 안토니오 자신이 아니었을까.
자신과 너무 다른 페드로가 신경쓰이면서도... 자기안에 있는 페르민이 계속 그리우면서도 안토니오는 점점 페드로의 자유에 이끌려 가게 된다.


그 이끌림의 대한 비유를 책에선 이렇게 했다.


중국 과학자들 몇 명이 호랑이들을 가둬 놓고 실험을 했는데, 갇혀 있는 호랑이들은 겁을 잔뜩 먹어서, 닭 한 마리가 우리로 들어가도 겁을 먹었다는 내용


페드로는 이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한다.
"맛있는 먹이로 우리 속에 닭 한 마리를 넣어 줬는데, 호랑이가 닭을 보고 겁에 질려 막 뛰쳐나오는 모습이 상상되니?"
"동물원에 갇혀 있지 않고 밀림에 있으면 훨씬 멋있을 텐데."


이에 안토니오는 답한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더 편하게 살 거야. 하루 종일 누워서 게으름을 피워도 되고, 확실한 먹이도 있고, 사냥꾼한테 총 맞을 위험도 없잖아."


이에 페드로가 답한다.
"하지만 동물원에는 자유가 없지."


안토니오는 동물원의 호랑이이고 싶어하고, 페드로는 밀림의 호랑이이고 싶어한다.


안전한 철창 속에서 때되면 주는 먹이를 먹으며 철창 밖 밀림을 두려워하는 안토니오와, 밀림의 위험 마저도 자유라 생각하며 철창속 세상을 거부하는 페드로.
나는 어떤 쪽에 가까울까 생각해 본다.


책속의 안토니오는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도 나 같았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모습.
남들의 시선에 예민한 모습.
틀안에서만 사고하는 모습 등등이 그러했다.

지금도 그 모습이 없다고는 못한다.
아니...솔직히 말하면 그 모습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떤부분에선...막 철장문을 열고 밀림을 바라보는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아니, 어쩌면 이미 밀림속에 있는건 아닐까.


13년간 몸담았던 IT를 떠난(어쩌면 도망쳐 나온건지도)것 부터가 내겐 철장을 나온걸지도 모른다.
내가 누리고있는 익숙함을 포기하고 뻔히 보이는 낯설음, 어려움을  택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니 매우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고 단정짓고 다른 철장만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걸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유가 보장된 철장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밀림에서 자유(달리 표현하면 비전일수도 있겠다)를 보고 그걸 원한다면 그 결과가 실패에 가깝다해도 한번 뛰어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IT를 떠나 이곳에 오며 보았던 자유(비전)중 가장 큰건 이거 하나 였다.


' 가능성과 희망'


학벌때문이 아니라, 회식에서 술을 잘 안따라서가 아니라, 어떤 정치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일한 딱 그만큼만의 평가를 받고 싶었다.
물론 지금의 직장도 일 뿐만 아니라 그보다 신경과 마음을 더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어떤 평가를 받고있는지 체감하지 못하고도 있다.
그럼에도...힘들어도 이겨내 지는건 가능성과 희망 때문이다.
그 가능성과 희망이 내겐 어떤의미에선 '자유'이다.


그런데 그 자유를...그냥 버텨낸다고 누릴수 있는건 아닌 것 같다.
안토니오처럼 자신을 뛰어넘는 결단을 내려야하고, 그런 자신의 결단을 믿는 힘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안토니오의 결단에 큰 힘이 된건 역시 페드로 였다.
페드로의 탈출을 지켜보고 그대로 행했던 안토니오 처럼 나도 나의 롤모델이 될 누군가들을 보며 그대로 해본다면 철창에서의 탈출이 더 수월하리라.
그 롤모델은 가까이 있는 언니가 될수도 있고 동료가 될수도 있고 책속의 누군가가 될수도 있을거다.


좋은건 흡수하고 좋지않은 건 불평이 아니라 교훈으로 삼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처음만난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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