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2011. 7. 3. 00:03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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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오전 10시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광고 문자려니 하고 귀찮은 듯 확인해 보니, 얼마전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닿은 선배였다.

윤정아, 점심 같이 먹을래?
파주로 갈께.


나의 첫직장, 첫 사수였던 선배.
아..이 게으르고 무심하다 못해 못나디 못난 후배를 보러 파주까지 발걸음을 해 주시겠다는 감사하고 죄송한 문자.

9년만에 연락, 만남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맺게된 인연 중 ... 내게 보석같은 분들이 몇분 계신데 그분들 중 1, 2위를 다툰다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시건만, 왜 9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서야 만나게 됐는지...
내가 참 게으르고 깊이없는 인간이었구나(인간이구나) 싶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난 비비크림만 대충 바른 얼굴에 운동화 차림인 내 몰골상태를 걱정했다 ㅎㅎㅎ;;
9년만에 만남인데 조금 더 멀쩡한 모습이면 얼마나 좋아.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바람같이 뛰어나가니 9년전 그모습 그대로의 선배가 서 있다.
환한웃음으로 악수를 청하는 선배의 손은 그 마음이 그런것 처럼 참 따뜻했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음식을 씹는 순간마저도 쉴새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너무 신기 했던건 9년만에 만남 이었는데도 어색은 커녕 너무 편했다는거다. (결국 점심시간을 오버하는 사태까지 ㅋ;)

선배의 머리에 흰머리가 좀 늘어난 것 빼고 선배는 정말 그대로였다.
그 열정과 따뜻함, '사람'에 대한 그 신념 또한 말이다.

대화를 하는 동안엔 너무 즐거워 생각을 못했는데, 사무실에 돌아와 앉으니 문득 걱정이 들었다.

선배는 날 만나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사회생활의 때가 묻고묻은 내 모습을 보며 실망이나 하진 않으셨을까..

하지만, 그 걱정도 잠시.
마음이 너무너무 따뜻해져서 그동안 얼어 있던 심장이 해동되는 느낌이었다.
'사람'에게 너무 상처를 받아 '사람'이 참 무서웠는데, 그 또한 '사람'이 치료해 주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칭찬 하나를 해주었다.


김윤정, 네 통장 잔고는 참 보잘것 없지만.
인복통장은 두둑한 얘 였구나.


몇개월만에 진심으로 생각했다.
'나..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도 또 반성하고 생각했다.
결심도 해본다.

사람만큼 귀하고 감사한 존재도 없다고.
주변을 더 돌아보고 먼저 손을 내밀줄 아는...'선배'같은 사람이 돼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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