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9] 힘든결정

2019. 7. 19. 10:32Diary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참 오래된 공간이다.

뜨문뜨문 이긴 하지만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비해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빠가 아프시다는 이야기는 중간중간 했었다. 아빠는 여전히 의식이 없다. 그간 응급실과 중환자실, 요양병원을 오가는 싸이클의 반복이 수차례 있었고 현재는 중환자실에 계신 상태다. 그렇게 새로운 병원의 중환자실로 옮기신지 몇 주째 접어들었는데 나는 한 번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바빠서가 아니다.

아빠는 얼마전 77번째 생신을 요양병원에서 맞이 하셨었다. 우리는 케이크에 초를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아빠는 최근 몇 개월간 본모습 중 가장 혈색 좋고 깨끗한 모습이었고 그래서 마음 또한 좋았던 날로 기억한다. 그런데 생일을 보내고 2주 후 서울대학병원 응급실로 다시 가게 되었고... 응급실 내에서도 격리병동에 있는 아빠를 다시 보게 되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몸, 온갖 바늘때문에 퉁퉁 부운 손, 여기저기 괴사가 시작된 신체 부위, 초점 없는 동공과 산소호흡기 사이로 들리는 거친 숨소리... 아빠가 아닌 것 같았다. 산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무서웠다. 눈물밖에 나지 않았다. 고통을 느낀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우리의 말이 들린다면 얼마나 서럽고 외로울까. 아빠는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길 원하실까.... 아니면 이 시간이라도 붙잡고 싶으실까...

퉁퉁 부운 손을 잡고 울먹이며 사랑한다는 말만 하다가 응급실을 나왔다. 그리고 내내 아빠의 잔상 때문에 수면제로도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이후 아빠는 다른 병원의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아빠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을 보며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려고 이러나 싶어 휴가를 내고 병원을 가려고 차에 올라탔는데 도저히 주차장을 빠져나갈 수가 없다. 결국은 집에 올라와 한참을 울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보러 갈 자신이 없다고.... 엄마는 이해한다고 네가 우선이니 힘들면 오지 않아도 된다고... 그 말에 더 큰 죄책감이 밀려온다.

아빠는 하루하루 죽음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다발성장기부전은 이미 시작되었고 괴사와, 복부에는 복수가 차있고 승압제 없이는 협압제어가 안되며 피검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피가 없어 수혈을 받고 계시다. 사실상 연명치료를 하고 계신 거다. 우리는 몇 개월 전 아빠의 연명치료에 대해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승압제 멈추시겠습니까?", "수혈 안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빠의 고통이 멈췄음 좋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다. 그런데 문득 그 고통이 아빠의 고통인지 나의 고통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망설여졌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과 마음은 오빠와 언니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보다 엄마가 더 힘들거란걸 알기에 우리가 결정하기로 했다. 아빠의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면 그땐 '아니오'라고 이야기하기로 말이다. 이성적으론 모두에게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감정적으로 너무나 마음 아픈 결정이고 그 과정을 우리는 서로 알기에 애써 담담한척 받아들이자 했다.

그래도 우리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평생을 일만 하다가 가실 당신이 너무 안스럽고, 더 잘하지 못함에 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