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5] 무기력증

2019. 2. 25. 10:51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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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한국나이로) 마흔둘이 되었다. 십대일땐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사십대이며 삼십대엔 막연하게 생각되던 사십대.
막상 마흔이 되니 마흔 이라는 숫자가 부담스럽고 한스럽기도 했다. 딱히 이뤄 놓은 것도 없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으며 그렇다고 하고 싶은게 있는 것도 아닌 상태.

결혼은 했지만 원하던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그렇게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즈음 아빠의 치매를 알게 되었고 작년말엔 뇌출혈로 아직도 의식 없이 병원에 누워 계신다.
그저 이겨내야 하는, 결정하고 겪어내야 하는 일들의 연속.
신경정신과를 주기적으로 다니며 상담도 하고 약물치료도 하며 그렇게 지내고 있다. 내가 상상하지 못한 사십대를 그렇게 맞이했고 지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건 뚜렷한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집중하는 열정인데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할지 도통 모르겠다. 집중이 안된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는 것이 하나 생기면 미친듯이 집착하고 파고든다...이성을 반쯤 놓고 말이다.

그러다 그마저도 지겨워지면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조금이나마 다행인 건 이런 나의 상태를 생각보다 빠르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멈추지 못할지언정 속도를 낮추고 주변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환기시키려 한다.

이런 나의 상태가 누군가에겐 행복한 투정일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라 내 손밑 가시가 더 아픈법이니 어쩌겠는가.
그저 현재의 상황에서 분리할 것은 분리하고 버릴건 버리고 지킬건 지키며 그렇게 지내는게 최선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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