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2019. 1. 29. 11:24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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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의 주인공 ‘수전’ 은 사회에서 인정 받은 커리어우먼이다. 그녀에겐 능력 있고 잘생긴 애인 ‘매슈’가 있고 이들은 각자 다져놓은 기반 덕에 남들보다 빨리 그리고 안정적으로 제2의 인생 이라는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수전은 일을 그만 두었고 그렇게 그들에겐 네명의 아이들이 생겼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편, 사랑스러운 네명의 아이들, 그들과 함께 할 완벽에 가까운 크고 멋진 하얀집.
누가봐도 부러워할 가정의 모습을 하기까지 수전과 매슈는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며 함께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일상이 된 후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어쩌면 균열은 그들이 서로가 아닌 완벽한 가정의 모습이 목표가 되면서 부터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두 사람은 이 집에서 서로를 친절하게 참아주는 낯선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매슈에겐 애인이 생겼고 수전은 그것에 화가 나지 않는다.
그저 잃어버린 자기 자신과 시간을 찾기에도 벅찬 그녀이다.
온전히 혼자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그녀는 완벽하게 혼자일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녔고 그렇게 찾아 낸 공간은 외곽의 낡고 지저분한 호텔 19호실 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몇시간이고 앉아 있다 집으로 돌아갔고 그제야 예전의 상냥한 와이프, 따뜻한 엄마의 역할을 어느정도 할 수 있게된다.
일년이 지난 시점 매슈는 수전의 외도를 의심했고('외도이길 바랬다' 가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수전은 나도 당신처럼 외도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매슈는 그 대답을 기다리기나 한듯 더블데이트를 제안한다.

수전은 그제서야 공식적으로 모든 것을 잃게된다.
사랑과 믿음으로 함께 했던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 사랑스러운 네 아이들은 보모에게, 크고 멋진 하얀집은 가정부에게...그리고 유일한 그녀만의 공간 19호실까지.

19호실은 수전에게 있어 자기 자신이었고 지치고 병든 영혼이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아닌 수전 자신이길 바랬지만 어떻게도 찾아지지 않았고 겨우 찾아낸 공간 19호실마저 잃게된 후 그녀는 자신의 영혼이 유일하게 쉴 수 있었던 그곳에서 영원히 잠드는 걸 선택한다.

도리스 레싱의 책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한다는 오해를 받는다고도 한다. 아마 가부장적인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글들이 많아서인가보다.

그런데 '19호실로 가다'는 페미니즘이라기 보단 어쩌면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전' 이라는 사람의 개인적 성향의 문제, 부부간 대화의 단절 정도로 나는 간단하게 정리했다;;; 물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따로 있겠지만.

남편 매슈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애인이 아마도 매슈의 19호실은 아니었을까? 외벌이로 혼자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집에오면 무기력함에 빠진 와이프가 있다. 그에게 집은 쉬는 곳이라기 보단 책임(부양, 대출비)져야 하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각자의 입장은 그렇다치고! 가장 큰 문제는 대화의 단절이었다. 둘은 나름 지식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매슈의 생각은 책에 나오지 않았으니 모르겠으나...적어도 수전은 그랬다.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비이성적이라 생각할 남편의 상상하며 입을 닫고 그가 인정하거나 받아들일만한 말들만 했을뿐이다.

가까울수록 조심해야 하고 더욱 예의를 다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함께 하는 삶에서...대화 조차 자존심을 걸고 해야 한다면 그런 사람과 함께하는게 과연 맞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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