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마당을 나온 암닭

2011. 10. 17. 23:22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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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삭이라는 이름을 가진 양계장의 암닭.
본인이 낳는 알이 부화를 하지 못하는 무정란 이라는걸 잎삭은 모른다.
하지만 잎삭은 양계장의 다른 암닭들과는 달리 항상 양계장 밖을 동경하며, 본인의 알을 부화시키고 싶은 꿈을 꾼다.
마당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를 보며 본인이 본인에게 '잎삭' 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기도 했다.
그렇게 잎삭은 양계장 밖 마당을 동경했다.

그러던 중 잎삭은 병이 들어 파계가 되는데, '파계(병든 닭들을 구덩이에 묻는것)'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양계장 밖을 나갈수 있다는 사실에 한없이 기뻐했다. 하지만 그 구덩이 근처엔 혹시 살아있을지 모를 닭을 노리는 족제비가 있었고 잎삭은 구사일생으로 마당에 살던 천둥오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잎삭은 항상 꿈꾸던 마당에서의 생활을 기대하며 천둥오리를 따라가지만 마당에 사는 수닭부부와 개, 그리고 다른 천둥오리들의 반대로 잎삭은 하루만에 마당에서 쫓겨나게 되고 다시는 양계장으로 돌아가고싶지 않은 잎삭은 족제비의 위험을 무릎쓰고 갈대밭 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양계장 안에 있을땐 한없이 따뜻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던 세상이 막상 나와보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곳이었다.

부화의 꿈을 간직한채 위험한 숲속생활을 하던 중 우연치 않게 버려진 알을 하나 발견하게 되고, 잎삭은 자기 알인냥 정성으로 품어...결국엔 부화를 시킨다.
그 알은 바로 잎삭을 구해준 천둥오리의 알이었고, 천둥은 족제비에 의해 짝을 잃고 알도 그대로 잃게될 위기였는데 다행으로 잎삭이 나타나 알을 품어줬던 거다.

언듯보면 자신이 품은 천둥을 지키기 위한 엄마 잎삭의 이야기 같지만, 나는...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어떤이의 처절한 이야기로 읽었다.
누구나 꿈꾸고 동경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냥 꿈꾸고 동경으로 끝나는 사람도 있고 도전했다가 힘들면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테고...힘들어도 끝까지 가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는 어떤 쪽일까...

무언가를 동경할땐 힘들고 안좋은 것 보다는 좋고 화려한 면만 부각돼보인다.
나도 그랬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더 동경했고, 가보지 않은 길이 더 편해 보였다.
그렇게 동경했던 길중 내가 선택했던 길들은 모두 '도전'이라고 할만큼 가치있는 것들이었을까.
가치없는 것이었을지라도 '도전'이라고 생각될만한 것이었다면 ... 가치는 없었을지라도 뭐하나 배운건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도전 속에서의 나는 어땠을까.
책속의 잎삭처럼 내 꿈을 위해 털이 뽑히고 쓰러질듯 메말라가도 마음만은 행복했었던가...그런적이 있기라도 했었나...
아주 작은 도전(도전이라기 보다는 작은 목표)속에서는 그런 소소한 행복함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 자신을 희생하고 버려가며 무언가를 위해 달려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있다면...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13년 동안 몸담았던 직종을 떠나 다른일을 하게 된 것.

혼자 알아서 일하다가 누군가에게 다시 일을 배우고 지시에 따라 일을하는게 처음엔 쉽지 않았다. (지금은 쉽다는 말은 아니다 ^^;;)
여러가지로 경험해보지 못한 시스템과 상황들이 나 자신을 아주 자주 시험에 빠지게 한다.
그때마다 생각해 본다.
날 성장시킬 시험들이라고...
물론 이 생각이 들기까지는 수많은 번뇌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인건 그 시간들이 조금씩은 짧아지고 있는 것 같음이다.

이 시험과 번뇌들이 내겐 도전이고 이것들을 잘 이겨내면 내 꿈도 이루게 되지 않을까.
잎삭처럼 말이다.
결국에 잎삭의 꿈이라는 건... 마당을 나온게 아니라 마당을 나온 뒤 자신을 찾아가는 그 '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도 꿈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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