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심했던 막내딸..

2007. 10. 11. 09:51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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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머 그리 부유하진 않았지만 부모님의 사랑만큼은 듬뿍 받으며 자라온 막내딸 이랍니다 ㅎㅎㅎ;;
위로 오빠와 언니가 있죠.
전 유난히 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아오며 자랐던 것 같아요.

중학교 입학전까지...저희 집엔 저만의 '지정석'이 있었습니다.
아빠 무릎이였죠 ^^
밥먹을때 빼곤 항상 아빠 양반다리 위에 앉아서 텔레비젼을 보았답니다.
엄마와 오빠, 언니 몰래 용돈도 많이 주셨었죠.

그래도 나름 애교 많은 막내딸 이였는데 대학교 올라가고 직장에 다니고 하면서 많이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아니...멀어졌다기 보다 제가 많이 무심해진거죠..

지난주...아빠께서 형제들과 설악산에 가신다고 짐을 싸고 계신데 쓸만한 모자가 없다고 엄마한테 투정(?)을 부리시더라고요 ^^;
엄마는 여름모자를 꺼내주셨죠.

아빠 : 이사람아~ 춥단말야.
엄마 : 그럼 어떻게해 모자가 이거밖에 없는데..
아빠 : 에잇. 모자도 없고 ㅡㅡ


그때, 엄마가 어디선가 쥐색 비슷한 모자를 하나 꺼내오셨습니다.

엄마 : 이거라도 쓰고가셔요.
아빠 : 안이쁜데 ;;;
엄마 : 담주에 도봉산 갈때 사줄께요.
아빠 : 에이..이거 안이쁜데...


하시면서 가방에 모자를 넣기 시작하셨습니다.

엄마 : 쓰고가셔~
아빠 : 안이뻐...가서 쓸거야.


티격태격 하시는 두분 모습보니 잼있으면서 왠지모르게 찡하더군요.
그래서 이틀전에...제가 두분 모자를 사다 드렸답니다.
등산모자가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암턴 두분거 해서 10만원정도 줬으니까요...

퇴근하고 집에가자마자 모자를 드렸죠 ^^
아...그런데...저희 아빠가 정말 아이마냥 너무너무 좋아하시는 겁니다.
엄마는 뭐 이런데 돈쓰냐고 뭐라고 하셨는데...아빠는 마냥 좋아하시는 거예요 ^^

모자가 너무 마음에 드신다고 당장 산에 가셔야 겠다며 좋아하시는데...참 죄송했습니다.
난 몇십만원 짜리 옷도 사입고...몇만원짜리 밥도 사먹고...몇만원짜리 공연도 가며...남자친구 선물사는데도 돈을 아끼지 않았으면서...
날 사랑으로 길러주신 아빠, 엄마에겐 이렇게 무심했을까...

정말 너무너무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매달 월급타면 두분 모시고 맛있는거라도 함께 먹으러 다니고 가까운 곳으로라도 함께 나들이도 갈 생각이예요. 생각으로 끝나면 안되는데...^^;;;
아...전 정말 못난 딸 같아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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