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여행을 하고 온듯한 동네 병원

2025. 9. 5. 08:47Diary

반응형

참 묘하게도 속마음 이야기 할 사람이나 공간이...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소멸되는 느낌이다.

그냥 일상 이야기도 말이다.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할때 내 마음이 어땠었나 기억해내려고 노력해본 결과, 첫번째는 웹기획 하는 입장에서 새로 나온 서비스는 이용해줘야지 라는 마음과 가볍게 내 마음 털어놓는 공간으로 활용해 봐야지 였던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그 마음 되살려 다시금 그렇게 사용해볼까 싶다.
또한 그래서 남겨보는 어제의 경험 하나.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려버렸다.
약국 약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진행 속도가 심상치 않아서 파견지 앞에 위치한 내과로 내달렸다.
외관과 이름 부터가 레거시한 것이 재야의 고수가 숨어 계실듯한 느낌이었다.

 

내부는, 대기 환자분들도 계시고해서 촬영하진 못했는데 --- 정말 어릴때 엄마랑 손잡고 다녔던 동네 내과 분위기였다.
간호사분들도 50-60대는 되어 보이시는 정말 이곳을 오래 다니신분들 같아 보였다.

접수를 하고 진료를 위해 의사 선생님을 마주하게 됐는데, 정말 연세 지긋하신(70-80대로 추측) 선생님이 인자한 미소로 반겨 주셔서 괜한 마음의 위로가 됐다.

정말 간만에 앞판뒷판 청진기도 해보고, 내 상태에 대해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 그때마다 손글시로 뭔가를 열심히 적어내려 가셨다. 확실히 요즘 병원들과는 다른 무드였고 매우매우 따뜻하고 친절하셨다.

빠른 회복을 위해 링겔하나 맞아 주기로 하고 나갔더니, 엉덩이 주사 두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워E 이실것만 같은 엄마같은 간호사분이 직접 주사 맞기 좋은 포즈를 보여주시며, 요렇게 요렇게 앉아 있으라고 하셔서 정말 고대로 엉덩이 까고 앉아있으니 곧이어 궁딩팡팡팡과 함께 주사 두방 끝.

이젠 링겔 맞으러 5층으로!!!

 

 

와....정말 레거시하다!!!

오래됐지만 깔끔한 느낌의 침상에 누워 링겔 30분 맞고 나왔는데, 의사 선생님을 한번 더 뵙고 가라고 해서 들어가니 "좀 어때요?" 라는 질문과 함께 지금 가장 불편한게 뭔지 물어봐 주시면서 약처방서를 작성하시는 듯 했다. (굉장히 고불고불한 영문 필기체라 그냥 그럴 것이라 추측함)

약은 3일치를 주시겠다고 했고 그렇게 병원에 붙어있는 약국을 찾았는데, 여기 약사님도 할머님 이시다.
순간, 의사 선생님의 부인이나 동생 또는 누나가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봤는데 진실은 모르고 ㅎ
약을 건네 주시면서 약 설명도 친절히 해주셨는데 무엇보다 놀란건 약봉투였다.

요즘 약봉투는 죄다 프린트가 되어 나오는데...손글씨로 쓰여진 옛날 약봉투 보니, 정말 잠시나마 추억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 들어 뭔가 마음의 위로와 위안을 받은 고런 느낌의 따뜻하고도 따뜻한 감정에 휩싸여 기분이 몽글몽글 해졌다.

의사 선생님 계속계속 건강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래서 이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나처럼 마음의 위안까지 받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