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 어떤하루

2017. 1. 13. 16:37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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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하루

작년에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중간중간 쉬어가는 느낌으로 에세이 책을 연달아 읽은 적이 있다. 기대와 달리 책장도 잘 안넘어가고 내용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시엔 그 이유가 책을 몰아 읽어서 일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어떤 하루’를 읽으며 진짜 이유를 알게 됐다.

이제 더이상 에세이를 읽으며 ‘나도 저렇게 생각해야지’ 라던가 ‘이 사람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생각 보다는 ‘또 뻔한 이야기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아무 쓰잘떼기 없는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책 자체는 쉽고 가볍게 읽기 딱 좋다. (그래서 골랐으니까)

다만 내게 와닿지 않는, 어떤 자극도 주지 못했다는 것 뿐이다.

한마디로, 무엇 하나 딱 꽂히는...그 무언가가 없었다.


대부분의 에세이가 그런 것 같다. “나는 이런 힘든 시간들을 보내왔고 그 속에서 이러이러한 마음과 자세로 이겨내 지금의 훌륭한 내가 되었습니다.” 가 주된 흐름인데, 누구는 그러한 긍정적이고 강인한 마음을 갖고 싶지 않겠는가? 그게 잘 안되니 힘든거 아닌가 말이다.

몇년 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교수도 얼마나 많은 뭇매를 맞았던가. 힘들어 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받친다던 책의 내용은, 너희가 힘든건 너무 당연한 것이니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살라는 내용인데...이를테면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이 시대의 청춘이 힘든 것, 자살률이 높아만 가는 것, 생활고로 온가족이 죽음을 택하는 것등의 문제가 그들이 나약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그런 선택밖에 할 수 없는 사회 구조의 문제일 것이다.

글로써 힘든 사람들에게 마음가짐을 바꾸고 힘을 더 내보라는 말보다,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손한번 잡아주는 것이...그들을 위해 민원 하나 더 넣어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이미 그런 활동들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너희 부모는 원래 그런 사람들이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보렴. 그럼 분명 좋은 날이 올거야.”라고만 말하지 말고 가정폭력을 근절시킬 방법을 강구하는게 그들(지식인)이 해야 할 몫이 아닐까라는 말이다.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받아들이라고, 당연한 것이니 인내하라고 했던 작가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작가 자신 또한 많은 초청강연으로 인지도 또한 높아졌으니 출판사와 작가는 아픈 청춘을 잘 이겨내셨고, 그를 그렇게 만들어준 잘못된 사회구조는 여전히 그대로이고 “그래, 나는 아프니까 청춘인거야!”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독자들은 이십대를 넘어 육십 칠십대까지 여전히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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