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그것은 먹는 것인가.

2016. 9. 1. 20:51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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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를 다닌지 이제 6년이 다 되어 간다.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쉬고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때려치고 쉬고 있을때, 

언니회사에 알바로 잠시 일한다는 것이 이렇게 길어진 것이다.

3개월 후 난 입사하기로 했고 사장동생의 입사에....아이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이다.

나이도 많으니 얼마나 어려웠을까 싶다. (아...생각만해도 부답스럽다;)


당시 내 컨셉은 [편한 언니]였다.

작전을 짠건 아닌데.... 언니는(아니지..사장님 이시지) 아이들로 하여금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싶을 만큼 나를 잡아댔고 그 덕분에 측은지심으로 금방 그들 속으로 스며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엔 언니에게 굉장히 섭섭했는데 결과적으론 고맙게 된거다.


다른 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난 이 조직 안에서 인정 받기 위해 더 치열했고, 더 많이 양보하고 참으며 몇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저 언니가 한게 뭐야?" 라고 묻는다면,

그래도 나로 인해 적지 않은 것들이 변화 하지 않았냐고 반문하고 싶다.

자잘하게는 업무들의 시스템화/문서화 라던가, 업무의 프로젝트화 같은 것들이 정착됐고 --- 회사가 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환 논리화 작업 또한 전보다 조금은(실은 '많이'라고 하고 싶지만) 좋아졌다고 자부한다.

 

나 자체도 회사로 인해 변화발전한 부분이 많다.

손해 보고는 못사는 인간이었던 내가 양보와 배려를 반강제적으로 하다보니 이 또한 몸에 베게 되고 지금은 '손해 보는게 맘 편해' 라는 경지에 다다르게 됐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 모든 시간과 노력들 덕분에 비록 월급사장이지만 [사장]이라는 역할도 맡게된거라 생각한다.


작년 1월 1일 공동대표로, 법인전환된 회사를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사장이나 리더로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팀장 역할 정도를 하면 될거라 생각했고, 그 책임과 권한이 팀장보다는 좀더 있겠구나 라고 가벼이 생각했는데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계속된 적자와 800원대의 우울한 곡선을 그리던 엔화  ---- 큰사장님은 우리의 자립을 이유로 휴가를 떠나셨기에 이 모든 책임이 우리것만 같았다.

이곳의 회계를 꿰뚫고 있는 큰사장님은 '성실히 하는 일 하다보며 분명 좋아질거라 확신'했지만 그런 큰 그림을 볼 능력과 경험이 없던 우리는 통장 잔고 2원을 볼 때마다 좌절했고 초조했다.

돈이 생기면 직원급여 먼저 확보해 놓고 그 다음으로 거래처 결제금을 챙겨뒀다. 나라에 내야 하는 돈은 최대한 늦게 내거나 연체해 버렸다. (회사 운영하면서 알게 된 건데 이놈의 나라는 앉아서 버는 돈이 꽤 많다. 뭔 세금을 그리도 다양하게 많이 가져가는지.)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상품단가를 올리고 싶었지만 몇년째 물가인상율 0%인 일본에 우리 상품가격만 올릴 순 없어 인력리소스가 적게 들어가는 새상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개의 상품을 출시해 판매하게 됐고 그 사이 엔화도 1000원대로 들어서 현재는 적자탈출은 물론 흑자로 전환됐다. (지난달에는 직원들 인센티브를 100%지급 했다. 물론 아직 부채는 있지만 착한 부채라 괜찮다.)

어쩌면 우리가 한 것보다 환경적요인(엔화 상승등)이 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집중하며 잘 버텨온 부분에 대해선 우리 둘 모두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렇다면 인사관련 문제는 어떨까?

정확하진 않은데 총 17명 중 8명이 나갔고 2명이 새로이 들어왔다.

처음엔 이게 뭔일인가 싶었는데 결국엔 리더가 바뀌면서 생긴 혼란속에 일어난 이슈라고 생각한다. (이중엔 큰 사장님들에게 진상부려 나간 사람, 1년 병가가 필요해 나간 사람, 미국 유학 간 사람 등등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 직원들의 퇴사를 리더쉽의 문제로 이야기하면 심하게 찔리며 흥분하게 된다.

 

쓰다보니 이 글은 누굴위해 쓰는 포스팅인가 싶다.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것인가, 정말 날 위로하기 위한 글인가.... 영 모르겠다.

나는 그저 내게 잘해왔다는 괜찮다는 이야기를 나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이 쓰는 글인데 말이다.

다른 이들이 내게 잘해왔다고 괜찮다고 이야기해도 내가 그렇게 생각하질 않으니 칭찬처럼 들리지 않는다.

너무 지쳐 있는건가...

쉬고싶지만 그럴 경제적 심리적 여유가 없으니 타협점을 찾기도 힘들고 답답하기만 하다.

 

세상의 모든 질문에 정답이라는게 있을까.

다 케이스바이 케이스겠지.

어쩌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리더에 대한 정의도 무엇도 아닌 진정한 휴식 또는 여유확보를 위한 나 자신과의 타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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