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편안하니...

2014. 6. 13. 17:18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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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막 사회생활을 시작 했을때 처음으로 애완동물을 키웠다.

내 힘(돈)으로 키울 수 있을거란 단순한 생각에서 ^^;;

 

퇴계로 애견샵에서 30만원을 주고 데려온 50일된 말티즈 였는데 정말 하얗고 예쁜 아이였다.

세상의 모든 동물은 집 밖에서 커야하며 밥은 먹다 남은거나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던 엄마의 마음 마저도 돌려 놓을만큼 작고 예쁜 아이었는데 감씨를 삼키고...소화를 시키지 못해 수술을 했고 너무 어렸던 탓에 수술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안락사를 시킬 수 밖에 없었다.

안락사를 시키고 화장터에 보내고 돌아온 그날 우리방엔...

다 먹지 못하고 남긴 사료가 고스란히 남아있던 밥그릇,  아이가 앉았던 모양 그대로 남아있던 방석, 몇번 가지고 놀지 못했던 장난감...방안 풍경은 그대로 슬픔이었다.

그렇게 언니랑 부등켜안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일반 가정집에서 요크셔테리어 한마리를(가장 크고 건강한 아이로) 분양 받아서 2년 정도 키우다 이사를 하면서 삼촌집에 입양 보낸게 나와 언니의 마지막 반려동물이었다.

 

그리고 일년 전 언니가 뱅갈 고양이 한마리를 심사숙고(다른 집으로 보내지 않고 키울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고민)끝에 입양해 왔다. 물론 지금은 내가 결혼을 해서 언니와 함께 살고있지는 않지만 나의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 마냥 설레이고 행복했으니...마음만은 나의 반려 동물~

다행히 집이 가까워 자주 놀러가서 함께 놀아주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하며 정이 많이 들었드랬다.

지난 5월이 뱅갈 고양이 '춘'이 우리에게 온지 딱 10개월이 되던때 였다.

숫컷인지라 발정기의 스트레스를 여기저기 표출하고 다녀서 중성화를 시키기로 결정!

암컷의 중성화는 개복 수술인데 숫컷의 중성화 수술은 15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서 출근길에 맡겨놓고 퇴근하면서 찾아가는 프로세스로 진행하기로 했고...언니는 그렇게 출근을 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던가...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마취에서 깨지 못하고 있다고...

마취에서 깨는 약물을 투여하고 그걸로도 안돼서 심폐소생술까지 하고 있지만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전화였다.

언니는 급하게 병원으로 뛰어갔고...우리는 춘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냈다.

사고와 병으로 가족을 잃은 아픔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 허망하고 슬프고 아팠다...

무엇보다 춘의 빈자리를 누구보다 크게 느낄 언니의 슬픔이 더 마음 아팠다.

 

그렇게 춘이 세상을 떠난지도 벌써 3주가 지나가고 있다.

일주일은 눈물로 보냈고...또 일주일은 춘을 추억하며 보냈고...나머지 일주일은 언니를 설득하며(고양이 입양) 보냈다.

춘을 데려왔던 곳에 연락 해보니 춘과 같은 부모에게 태어난 아이가 있어서 조금 더 크면 데려오기로 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같은 부모에게 태어난 한살 동생)

몇일전 춘의 동생을 보러 언니와 함께 갔었는데..첫 정이 무서운건지 아직 그 아이와 정이 들지 않아서인지 '춘'생각이 더 많이 난다. 참으로...강아지 같은 고양이 였던 개냥이 춘.

 

동물은 사람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준다.

반면 사람은 동물(반려동물)을 어떤 목적(외로워서, 예뻐서, 갖고 싶어서 등등)에 의해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반려동물은 사람의 선택에 의해 키워지고 버려진다.

어떤 목적에 의해 키우게 되었더라도 목적이 책임이 되고 의무가되고 더 나아가 '가족'이 된다면 문제 없지만 목적에만 머물러 있다면...그리고 목적을 다하게 된다면 (외롭지 않다던가, 너무 커버려 예쁘지 않다던가...) 그 반려동물은 버려지게 되는거 아닌가 싶다.

1년 6개월의 생을 다하고 10개월을 우리와 함께 했던 '춘'의 삶은 의료사고로 짧게 끝나 버렸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그들에게도 삶이 있고 인생이 있다.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동물을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니가 입양을 두려워했던 가장 큰 이유도 이것 이었다.  어릴땐 작고 귀여워 예쁘고, 온갖 애교로 우리를 기쁘게 해주지만 우리들 보다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반려동물을 끝까지 보살필 자신이 없다면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진심으로.

 

"춘...그곳은 어떠니? 그곳에서도 미친듯이 뛰어 다니고 폴짝 거리며 다니니? 마시라고 떠 놓은 물그릇에 들어가 또 놀고 있는건 아니지? 놀자고 했더니 죽자고 덤벼들던 네가 정말 그립다. 너 보러 자주자주 호수공원으로 갈께~ 조용히 와서 몸을 쓰윽 비비고 가는 것도 좋고 공격하듯이 달겨드는 것도 좋아~ 네가 잠들어 있는 곳을 지날때 바람이 불어주면 참 좋겠다..."

 

 

춘을 추모하며..사진 몇장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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