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내게 준 선물.

2012. 10. 24. 08:40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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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산부인과쪽으로 계속 병원을 찾게 됐었는데 통 낫질 않는거다.

초음파를 해본 결과 5센티미터 정도의 혹이 발견됐고, 자궁경부쪽은 암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말까지 들었다..

부랴부랴 큰 병원으로가 다시 정밀 검사를 받고 급히 수술날짜를 잡고...

 

수술이 무서웠다기 보다 여성으로서의 기능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흔히 갱년기 어머니들이 겪는 갱년기 우울증이라는게 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더이상은 여자가 아니구나...라는 상실감이 주는 우울함 이랄까.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결과도 좋았다.

 

검사를 받고 수술을 하고 회복을 하는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암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나와서 봤던 거리는...병원을 가기전의 거리와 달랐고...

티격태격 싸우는 사람들, 나이든 노인들을 보면서도 '저들은 건강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니 그저 아무일 없이 숨쉬고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건가 새삼 느꼈다.

 

평소에 '뭐 재미있는 일 없나...아 심심해...지루해..'를 입에 달고 살던 내게 "별일 없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시금 알게해 준 고마운(?) 계기가 됐다.

더불어 내 주변에 날 사랑하고 걱정해주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해준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

또...4살 연하 남친과의 결혼을 우려하시던 부모님의 걱정을 잠식시킨(극진한 간호를 보고) 결정적 계기 이기도 하니, 잃은것 보다 얻은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날 더 걱정하며 매일 몸에 좋은 맛있는 음식을 날라준 언니.

옆에서 하루세끼 따뜻한 밥을 해주시고 모든 짜증을 받아준 엄마.

아무말 없이...그렁한 눈으로 수술실 들어가는 내 손을 꼭 잡고 힘내라고 말씀해 주신 아빠.

늦은 퇴근을 하고도 수술 전 동생얼굴 보겠다고 달려와준 오빠와 새언니.

그리고...우울함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사랑으로 감싸주고 위로해준 남자친구.

응원의 카톡을 날려준 많은 지인들...

 

모두 너무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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