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엄마를 부탁해

2011. 5. 17. 18:40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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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치르러 시골에서 올라온 노부모.
사람많은 서울역.
아버지는 사람들에 밀려 아들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싣게된다.
문이 닫힌 후에야 아내가 타지 못했다는 걸 알았고 바로 다음역에 내려 다시 서울역으로 갔을땐 이미 아내(엄마)는 사라지고 난 뒤다.

그렇게 네명의 자녀가 '읽어버린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잊어버린 엄마'를 찾아가게 되는 이야기가 이 소설 '엄마를 부탁해'인 것 같다. (엄마를 찾는데 애를 먹는 이유는...엄마는 글을 읽을 줄 몰랐고 가족들은 몰랐지만 치매를 앓고 있었다)

책의 시작은 '너'로 시작한다.
그런데 그 '너'가 바로 '나'인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나 또한 나의 엄마를 참으로 많이 잃고...잊고 살아왔던거다.
책속의 '너'가 엄마에게 했던 무심함과 안일함...그모든게 지금의 '나' 였다.

도시로 나온 뒤의 너는 어땠는가. 너는 엄마에게 늘 화를내듯 말했다. 엄마가 뭘 아느냐고 대들듯이 말했다. 엄마가 돼서 왜 그래? 책망하듯이 말했다. 엄마가 알아서 뭐 할 건데? 무시하듯 말했다. 엄마가 너를 혼낼 힘이 없어진 걸 안 뒤의 너는, 엄마가 거긴 왜 갔느냐고 물으면 일이 있어서요, 짤막하게 대답했다.

화자가 엄마를 찾는 전단지의 문구를 쓰며 엄마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있나를 생각하는데 겨우 남들도 알만한 정보들뿐인 이름, 생년월일 정도였다.
나는 나의 엄마에 대해 얼마나 많은걸 알고 있을까.
 
  어떤 가수를 좋아하셨지?
  엄마의 꿈은 뭐였을까? 아니..꿈이 있었나?
  다녀본곳중 어디가 제일 좋으셨을까?
  가고싶은 곳은 있으실까?


계속 눈물이 흐리고 가슴이 아파 스무페이지를 못넘기고 책을 덮어버렸다.
만약 나도 엄마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난 엄마를 찾는 전다지에 무얼 적을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먹먹하기만 했다.

내게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그자리에 있는, 아니 있어야만 하는 당연한 존재...'엄마'일 뿐이었지 엄마의 인생 여자로서의 엄마는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엄마가 우리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건 엄마 상황에서 그렇다고 쳐. 그런데 우리 까지도 어떻게 엄마를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으로 여기며 지냈을까. 내가 엄마로 살면서도 이렇게 내 꿈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나의 어린 시절을, 나의 소녀시절을, 나의 처녀시절을 하나도 잊지않고 기억하고 있는데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것으로만 알고 있었을까. 엄마는 꿈을 펼쳐볼 기회도 없이 시대가 엄마 손에 쥐여준 가난하고 슬프고 혼자서 모든것과 맞서고, 그리고 꼭 이겨나갈밖에 다른 길이 없는 아주 나쁜 패를 들고서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몸과 마음을 바친 일생이었는데. 난 어떻게 엄마의 꿈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을까.


스무한살에 선을보고 결혼해 첫아이를 잃고 그 뒤로 오빠와 언니를 연이어 낳고...나보다도 더 어렸던 스물아홉에 나를 낳으신 엄마는...엄마의 60년 인생을 어떻게 감회하고 계실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는 엄마에게 어떤 딸이었을까도 궁금해졌다.

엄마가 기억하는 나와의 추억이 있을까.
내가 기억하는 엄마와의 추억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그래...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겨울에 길을 지나며 내 또래 여자아이가 입은 코트를 보고 한눈에 반한적이 있다.
회색털이 달린 진한 에메랄드 색의 코트였는데, 몇날몇일 눈에 밟혀 엄마에게 용기내어(엄마는 사달라는 걸 사준적이 거의 없고 혼을 내셨으니깐) 사달라고 말을 했는데 그때 엄마의 표정은 '당황'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사달라고 한 옷의 디자인이 너무 디테일 하기도 했고 너무 당당하게 사달라고 해서 였으리라 생각된다.
아빠와 상의한다고 말한 엄마는 몇일뒤 내손을 잡고 시장에가 그 옷을 내게 사주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나는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미술만큼은 성적이 좋았었다.
다른 숙제는 안해가도 미술숙제 만큼은 밤을 새워 해갔을 정도로 재미있어 했고 좋아했기에 미대를 가야겠다는 생각에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당시 학원비는 한달에 40만원으로 적은돈도 아니었고 기타 재료값까지 하면 공무원 한달 월급으로 보내기엔 버거운 금액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걸로 대학을 갈 수 있다면 보내주겠노라 하셨고...난 바로 미술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엄마는 나를 학원에 보내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하고 고생을 하셨을까.
아마도 매일밤 어떻게 절약하며 살아야 할지 어떻게 지원을 해야할지 뒤척이지 않으셨을까 싶다.
하지만 다행히도(?) 몇개월이 흐른 후 나는 뎃생실력이 늘지않아 내 스스로 학원을 그만 뒀다.

돈을 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엄마는 무엇이든 절약했다.

엄마의 유일한 패물인 왼손 중지에 끼여 있던 노란 반지. 중학교 입학금을 낼 때쯤 엄마의 왼손 중지엔 반지가 사라지고 너무 오래 껴 깊이 팬 자국만 남아 있었다.


엄마에겐 엄마만의 뻔한 레퍼토리가 있었다.

'공부해라'와 '돈 없다' 였다.
하지만 공부와 과련된 돈에 대해선 아끼지 않으셨다.

아마 배움에 대한 엄마의 한이 있어 그러시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또 너무 죄송하게도 그 한을 제대로 풀어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기만 하다.
공부 잘하는게 어려운건 아니었는데(지금이라면 잘할텐데;;) .... 엄마가 그렇게 바라고 좋아하던 공부...그거하나 못해드린게 죄송스럽다.
이제 엄마가 나에게 바라는 건 좋은사람 만나 행복하게 사는거란다.
그건 정말 어려운건데...;;

엄마가 원하는거 그거 다 해줄 수 있었어. 별일도 아니었어.

엄마가 스스럼없이 너를 혼낼 때는 네가 엄마, 엄마를 더 자주 불렀던 것 같다. 엄마라는 말에는 친금감만이 아니라 나 좀 돌봐줘, 라는 호소가 배어 있다. 혼만 내지 말고 머리를 쓰다듬어줘, 옳고 그름을 떠
나 내 편이 되어줘, 라는.



책을 읽고 가장 죄스럽게 느껴지는건 엄마에 대해 아빠에 대해 아는게 많지 않다는 거다.
결심하건데 한달에 한번 두분 모시고, 그게 안되면 한분씩이라도 모시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겠다.
그게 여행이든 그냥 동네 공원을 함께 걷는거든 말이다.
나의 엄마, 나의 아빠가 아닌....여자 구선자, 남자 김재도...그들의 인생과 꿈에 대해 어린시절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자주 만들어야 겠다.
그리고 새해 계획을 세울때 엄마를 위한, 아빠를 위한 계획도 꼭 하나 이상씩 세우리라 결심해 본다.


엄마는 힘이 세다고, 엄마는 무엇이든 거칠 게 없으며 엄마는 이 도시에서 내가 무언가에 좌절을 겪을 때마다 수화기 저편에 있는 존재라고.
너는 어디든 갈 수 있잖어.

좋은 일만 하기로 하믄 싫은 일은 누가 헌다냐?
지난 12월 31일에 새해를 맞이하며 글 쓰는 것만 빼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재미로 적어본 거야. 앞으로 십년 동안은 꾸준히 해야 할 것들이거나 하고 싶은 것들. 근데 내 어떤 계획에도 엄마와 무엇을 함께하겠다는 건 없더라. 쓸 때는 몰랐어. 엄마 잃어버리고 나서 다시 보니 그렇더라구.

말이란 게 다 할 때가 있는 법인디....나는 평생 니 엄마한테 말을 안하거나 할 때를 놓치나 알아주겄거니 하며 살었고나. 인자는 무슨 말이든 다 할수 있을 것 같은디 들을 사람이 없구나.

집이란 참 이상하지. 모든 것은 사람 손을 타면 닳게 되어 있는데 때로 사람 곁에 너무 가까이 가면 사람 독이 전달되어오는 것 같기조차 한데 집은 그러지 않어. 좋은 집도 인기척이 끊기면 빠른 속도로 허물어져내려. 사람이 비비고 눙치고 뭉개야 집은 살아 있는 것 같어.

-감은 금방 열린다. 칠십년도 금방 가버리더나.
그래도 가져가지 않으려는 나에게 엄마가 또 그랬지.
-나 죽고 없으면 감 따먹으며 내 생각하라는 뜻이여.
엄마는 부쩍 나, 죽으면....을 입에 달고 지내셨지.


니 엄마는 꿈에조차 나타나질 않는구나.
오빠는 엄마의 일생을 고통과 희생으로만 기억하는 건 우리 생각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엄마를 슬프게만 기억하는 건 우리 죄의식 때문일지 모른다고. 그것이 오히려 엄마의 일생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우리 엄마는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우리 아빠는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이제 그 행복의 순간과 시간들을 내가 만들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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