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 7월 24일 거리 - 요시다 슈이치

2016. 11. 22. 14:12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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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 7월 24일 거리 - 요시다 슈이치


이 책을 시작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책 3권을 연달아 읽었다. 작가가 여자인가 싶을 정도로 글들이 대체적으로 간결하고 인물의 심리 묘사도 디테일해서 순정만화를 글로 보는 느낌이 들 정도다.

[7월 24일 거리] 역시 ’연애의 불안’과 ‘설레임’을 다시금 느껴보게 된, 유부녀인 나로서는 굉장히 감사한 책이었다.


 

내 인생에서 ‘연애’ 이야기를 뺀다면 계란찜에 소금을 뺀 것처럼 굉장히 밍밍할 정도로 연애를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여자이다 나는! 하지만 이제 결혼을 했으니 이렇게 책으로 간접경험을 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깝지만 뭐 어쩌겠는가, 바람을 필순 없으니 말이다.


 

사람들의 연애 스타일이나 이상형은 그들의 부모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에 밀접한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 여자는 자신의 아빠와 닮은 혹은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하고,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들은 연애로 그 사랑을 보상 받으려는 심리 때문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단다. (쌀짝 찔리는 부분이다)


 

책속에 나오는 혼다는 잘생긴 남동생을 뒀고 짝사랑하던 잘생긴 학교 선배가 있다. 남동생에겐 못생긴 애인 메구미가 생겼고 혼다 역시 잘생긴 선배와의 연애의 목전에 와 있다.

잘생긴 동생옆에 있는 못생긴 메구미가 혼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고 동생이 아깝기만 한데, 그럼 혼다는 잘생긴 선배와 어울리는 조합인가? 메구미를 보고 화를 넘어선 분노를 표출한 혼다는 아마도 메구미에게서 자신을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메구미가 주제(?)를 파악하고 동생에게서 떨어져 나가주길 바라는 마음 역시 자신이 선배의 여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자격’ 이라는 것이 과연 있는 걸까?

그럼 원빈을 사랑하기 위해선 어떤 자격 조건이 필요한 걸까? 이나영처럼 예쁘고 늘씬하며 얼굴이 조막만해야 하는 건가? 어쩌면 그 ‘자격’ 이란 ‘용기’ 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 무슨 말인지 몰라, "뭐?"하고 되물었다.

"난 어떤 일에 대해서든,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전제를 깔지 않으면 시작을 못해요."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러니까, 내가 혹 실수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방향으로는 절대로 가지 않는 거죠. 실수라고 좋다는 각오로 누군가의 가슴에 뛰어들지 못하는 거죠."

거기까지 들은 나는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지금 그 굳건했던 껍질을 깼다. 순조로울 리가 없다고 여기면서도 껍질을 깨고 그 남자와의 관계에 뛰어든 것이다.


 

우리는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일들에 너무 많은 걱정과 우려를 표한다. 그리고 내가 왜 해야만 하느냐 보다는 왜 하면 안되는지에 대한 적당한 핑계거리를 찾아내어 이내 포기해 버린다.

그게 사랑이든 그 무엇이 됐든 말이다.

사랑에 실패한다고 인생에 실패한 것도 아닌데, 사람이 태어나면 언제가 죽어야 하는게 숙명이듯 사랑을 시작하면 언젠가 이별을 해야 하는게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왜 그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일까?

아마도 해보지 않은 것에 두려움이 제일 클 것이다. 그런데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건 결국 도전해서 성공이던가 실패하는 경험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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