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2011. 6. 18. 02:04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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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았던 건 내가 한참 연애와 나의 정체성에 힘들어 하던 겨울로,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엇! 나는 지금 청춘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으면 더 아플 것 같아 애써 외면했던 책이다.
하지만 몇 개월 뒤 서점에 내발로 찾아가 집어 든 책이기도 하다.

 

14년간의 학창생활, 그뒤 14년간의 사회생활…모든 걸 다시금 되짚어보게 됐다.

그간 얼마나 노력 없는 조급증에 시달려 왔는지 인정하게 한…그러면서 ‘난 아직 젊다’는 희망도 갖게해준 책.

 

내가 책을 읽으며 가장 힘을 받았던 내용은 인생을 80이라 생각하고 그걸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의 나의 ‘나이시간’에 대한 부분이었다.

여자나이 서른넷, 이젠 어느 조직에서든 물러날걸 고민하며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막말로 저물어 가는 나이라고 생각하던 내게 그건 충격이고 기쁨이었다.
이제 겨우 오전 10시 반도 안됐다는 안도감 비슷한 희망 ^^

 

아마도 이 책의 가장 큰 요지는 ‘너’만 힘든 게 아니라 누구나 힘들다는 거고, 그 힘든 시간이 어떤 자양분이 될 거라는 거! 그러니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기라는 거 같다.

물론 ‘지금’에 안주해 버린다면 그 힘든 시간들은 자양분이 아닌 독만 될 거라는 메시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던가’ 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봤다.

일단 학창시절 공부는 잘하지 못했다.

대학도 그냥 성적에 맞춰 가게 됐고, 졸업도 힘들게 학점을 채워서 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게 됐고, 그 후 이런저런 직장들을 적당히 몸값 키워가며 옮겨 다녔다.
지금의 회사에 오기 전까지의 나의 목표는 ‘조금 더 높은 연봉’이었다.

‘나’, ‘나의 행복’에 대한 고민은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그걸 고민하는 자체가 사치라고 느낄 정도로 오늘 하루를 버텨내고 흘려 보내는 게 더 시급했던 나다.

 

연애는 어떠했던가.

내가 간절히 누군가를 원해 적극적으로 다가선적이 없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해주면 그 분위기와 감정에 이끌려 수동적인 연애를 하던게 나의 연애 패턴이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이별도 내가 결정하고 통보하는 못된 방식이었다.

최근 달랐던 케이스가 있다면, 상대방의 마음이 먼저 변해 이별을 처음 당해 본거다.

하지만 그 지독한 이별이 내게 준 선물도 있다.

바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는 거다. (아주 큰 선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중이다)

책에서도 나오는 대목이 있다.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나와 나 사이에 아무것도 끼어들게 하지 말고, 자신의 맨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로인해 많은 가치관과 생각이 바뀌고 있고 바뀌었는데, 이게 그냥 갑자기 일어난 여러 변화들 때문에 일어난 일시적인 것인지..진정한 변화들인지에 대해선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마도 계속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지 싶다.

그래서 곧 하게 될 독립이 이런 시간을 더 많이 갖게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하지만 난 이렇게 항상 변화하길 기대하고 갈망하면서 정작 제자리였다.

했던 노력이라곤 끝없이 고민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책에서 알려준 몇 가지 방법들을 당장 실행해 보기로 했다.

 

1.     인생시계

2.     나만의 오답노트 만들기

3.     아날로그 생활

4.     시간을 낭비하는 습관 끊기

5.     혼자놀지 않기(소통하기)

 

올해 나의 시간을 맞춰놓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무엇이든 시작할 마음과 용기를 갖게해줄 나의 인생 시계를 책상에 두고, 매일 내가 잘못했던 일들(이를 테면 누군가에게 너무 못되게 했다거나)을 하나씩 적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최소한 줄일 수라도 있도록)노력할 생각이다.

 

디지털에서 다시 아날로그로의 귀환도 하려 한다.

인터넷 신문대신 페이퍼 신문으로, 텔레비전 대신 라디오나 음악으로(새로 이사하는 집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을 생각이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조금은 느린 아날로그의 생활도 즐겨볼 참이다.

그리고 나의 하루 중 쓸데없이 버려지는 시간들을 찾아 그 습관을 버려보려 한다.

퇴근하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일없이 사이트를 떠도는 일부터 그만두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혼자 놀지 않기.

사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지만 주변이 도와주지 않는 부분도 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가정에 메인 몸이거나 연애중이라 그들의 데이트 시간을 피해가며 만나기가 쉽지 않다.

직장 내에서는 많은 나이로 인해 날 부담스러워 하진 않나 이런저런 혼자만의 생각으로 쉽게 다가서지 못하다 보니…어느새 혼자라는 슬프디 슬픈 현실.

 

동호회 활동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역시나 생각에서 그쳐 버렸다.

생각해보면 참 좁은 틀안의 대인관계만 있었던 것 같다.

대학 축제에 참석해본 적도, 엠티에 가본적이 없다.

당시의 내겐 대학 축제보다 엠티보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가 더 중요했었으니.

그래서 지금도 대학 동기들을 만나면 난 대화에 끼지 못하는 몇몇 주제가 생겨버렸다.

이 얼마나 바보 같고 창피한 일인지…

 

이전의 사회생활에선 회식도 2차는 잘 가지 않았다.

1차에서 얼굴만 보이고 몸도 피곤하고 재미없으니 2차는 슬쩍 빠져 나오는 얌채파였던거다.

‘다음날 대화에 끼지 못하는 건 그냥 그 대화에서도 빠지면 그만이다’라는 굉장히 개인적인 나였던 거다.

 

하지만 결국에 남는 건 애인이 아니라 ‘사람’ 이라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그래서 모임이 생기면 피곤해도 비가와도 무조건 달려간다. 그리고 끝까지 그들과 함께한다.

난 이 좋은걸 디자인봄의 어린 친구들도 빨리 알았음 좋겠는데, 서른이 훌쩍 넘어 알게 된 내가 강요할 자격도 없거니와 강요한다고 알아지는 것도 아니기에 조금은 속상하고 안타깝다.

 

그래서 내가 다시 한번 그들에게 다가가 보기로 했다.

그 방법에 대해선 아직 모르겠다.

무조건 다가가는 게 맞는 건지 어떤 치밀한 계획(?)과 분석 뒤 순차적으로 다가서는 게 맞는 건지 말이다.

다가갔다가 어떤 상처를 받고 튕겨져 나올지 모르겠지만 나부터라도 노력을 해야 상대에게 내 노력을 알아봐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간 받아왔던 많은 상처와 아픔들.

그것이 내가 청춘이라는, 살아있다는 증거라면 기꺼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와의 시간을 더 많이 갖고, 그로 인해 변하고 그 변화들이 내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주어 그들과 더 깊어지고 또 그로 인해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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