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학습 보고서

2017. 3. 31. 11:16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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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는 회사에요?”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에게 회사 이야기를 하다보면 의례 듣게 되는 질문이다.
철학을 공부하고 책을 읽고 보고서를 쓰고 함께 모여 토론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이를 위해 회사의 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하는 우리 회사는 밖에서 보기엔 조금 이상한 조직인 것이다.
뒤를 잇는 또 다른 질문은 “왜 하는거에요?” 이다.
아마도 이 질문은 우리 내부에서도 (특히 신입)여전히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왜일까?
우리는 왜! 돈을 벌고 있어도 모자를 시간에 학습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거야!”라고 한마디로 정의해 이야기 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우리는 ‘자립한 사람들의 경제공동체’를 꿈꾼다. 다른 말로 '함께 만들어 가는 회사'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 그들이 만들어 가는 곳이길 바란다. (방점은 ‘경제 공동체’가 아닌 ‘자립하는 사람’이며, 자립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게는 회사를 넓게는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회사의 변화를 경제공동체라고 표현한 것일 뿐이다)
‘경제공동체’는 주주나 사장이 욕심만 버린다면 바로 만들어 질 수도 있지만 ‘자립한 사람’이라는 전제가 우리를 계속 학습하도록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립’은 뭘까? 이 단어를 가지고 정말 많은 토론과 학습을 했으므로, 결론만 간단히 적어 보겠다.

‘자립’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섬” 이다. 독자적으로 존재 한다는 ‘독립’과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자립은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 안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거라면 독립은 그 조직과 사회에서 분리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안에서의 자립은 ‘자기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실천하는 단계’를 의미하며 이는’책임’이 전제된다.
여기에서 ‘실천하는 단계’는 ‘과정’ 이라는 단어로 대치될 수도 있다.
‘과정’ 또한 여러 의미를 통칭한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타자를 알아가는 과정, 결국 자립하는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 변화발전 프로그램을 장착하는 과정 등등 ‘자립한 사람들의 경제공동체’가 되기 위해 하는 모든 과정들 말이다.
그렇다면 이 수 많은 과정들을 어떻게 이끌고 만들어 갈 것인가? 라는 숙제가 주어진다.
우린 이를 [읽고/쓰고/토론하기]라는 내용을 토대로 ‘지식아 놀자’라는 형식을 빌어 수년째 실천하고 있다.
주제는 철학, 역사, 시사등으로 우리에 앞서 더 많은 고뇌와 사유를 했던 철학자들의 가치관을 들여다보고, 반복되는 역사들 속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내가 살고 있는 사회 현상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학습’을 통해 더 많은 지식이 쌓이길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들 속에서 자연스레 생기는 자신만의 생각과 사고방식 등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며 타자를 통한 자기인식을 해보는 것에 더 큰 의의가 있다.

근현대사, 철학에세이, 열네살의 철학, 철학의 즐거움에 이어 2016년 에는 ‘시사’를 대주제로 하여 우리나라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또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굵직한 주제들을 정하고, 이에 맞는 영화를 선정해 함께 보고 자신의 생각을 쓰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주제1. 비정규직 (영화: 카트)
주제2. 성폭력 (영화: 한공주)
주제3. 용산참사 (영화: 두개의 문)
주제4. 세월호 (영화: 다이빙벨)
주제5. 위안부 (영화: 귀향)
주제6. 민주화운동 (영화: 화려한 휴가)

총 6개의 주제로 두달의 사전학습후 3개의 팀으로 나눠 각각 두달씩 진행되었다.
11명의 직원이 3개 팀으로 나누어 진행됐지만 학습과 토론을 통해 느낀 감정과 생각, 다짐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사회적문제에 무관심 했던 자기반성과 매스컴을 통해 나온 정보만 그대로 받아 들이고 있는 오류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 이었다.
또한 토론을 위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들을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다른 멤버들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하고도 단순한 깨달음들 일 수 있지만 이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자립한 사람들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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