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동물농장

2013. 7. 24. 17:56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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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조지 오웰-

표지가 너무 지루하게 생겨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는데, 의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3~4시간 만에 완독한 책이다. 내용이 너무 탄탄해서 이 책에 대한 감상문을 어떻게 써내려 가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얼마 전 읽었던 '비밀일기' 14살 소년도 이 책을 읽었다는 글을 일기에 썼었다.(똑똑한 녀석) 덧붙여 돼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도 했었는데, 동물농장을 다 읽고 보니 그 소년의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책은 사회주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왜 필요한지, 사회주의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어떤걸 주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무너지는지에 대해 농장에 사는 동물들의 사회를 빗대어 이야기 하고 있다.

책 끝에 있는 [작품 해설]을 보면, 이 책은 조지 오웰이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기 전 탈고했으나 당시 전쟁 물자로 모든 자원이 쓰여 종이나 석유가 부족해 인쇄를 할 수 없었다 한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이 책이 나왔으며 책에 나오는 동물들과 사건들은 실제 러시아를 빗대어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먼저 알고 읽었어도 재미 있었을 것 같다.

 

일단 농장주 존즈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 똑똑한 돼지 메이저는 마르크스, 사리사욕에 눈이 먼 돼지 나폴레옹은 스탈린, 똑똑하지만 나폴레옹의 계략에 농장에서 쫓겨난 스노볼은 트로츠키, 다른 똑똑한 돼지들은 볼셰비키, 무언가 석연치 않을 때에도 나폴레옹을 믿고 묵묵히 일하는 말 복서는 프롤레타리아트, 처음 동물반란이 일어났던 사건은 러시아 혁명, 유언비어를 터트리고 다니는 까마귀 모지즈는 러시아 정교(러시아의 카톨릭), 자본주의에 흠뻑 빠진 예쁘고 무식한 말 몰리는 러시아 백인/백군, 동물농장에 사건이 생길때마다 온갖 술수와 언변으로 동물들을 현혹했던 돼지 스퀼러는 프라우다, 나폴레옹을 지키는 개들은 비밀경찰, 오리는 선전대(사회주의건설을 위한 경제선동을 목적으로 결성된 조직), 나폴레옹의 시를 지은 미니무스는 마야코프스키, 옆농장 핑킹턴은 영국, 또 다른 농장 프레드릭은 독일, 그들이 점령했던 농장 본채는 크렘린, 동물재판은 모스크바 재판, 무자비하게 동물을 학살했던 사건은 스탈린 시대의 대숙청, 외양간 전투는 1918-19년의 연합군 침공, 풍차 전투는 1941년 독일의 러시아 침공, 풍차는 소비에트의 5개년 계획들, 이들이 불렀던 노래 '잉글랜드의 짐승들'은 인터내셔널로 빗대어져 있다.

 

책은 메이저의 연설로 시작된다.

일단 메이저는 메이저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농장의 얼굴로 농장주 존즈 부부의 관심으로 다른 동물들보다 나은 동물의 삶을 살고 있지만, 죽음을 감지한 그는 어느 날 동물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시작한다.

 

[메이저의 연설]

, 동무들, 동물들의 삶이 어떤 겁니까? 우리 똑바로 봅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달프고, 그리고 짧소. 우리는 태어나 몸뚱이에 숨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먹이만을 얻어먹고, 숨쉴 수 있는 자들은 마지막 힘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 일을 해야 하오. 그러다가 이제 아무 쓸모도 없다고 여겨지면 그날로 우리는 아주 참혹하게 도살당합니다. 영국의 모든 동물들은 나이 한 살 이후로는 행복이니 여가니 하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영국의 어느 동물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비참과 노예상태, 그게 우리 동물의 삶입니다. 이건 아주 명백한 진실이오.

하지만 그게 자연 질서일까요? 우리가 사는 이 영국 땅이 너무 가난해서 거기 사는 것들에게 품위 있는 삶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동무들, 그게 아닙니다. 천만에, 결코 그게 아니죠! 영국은 땅이 기름지고 기후도 좋아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동물들이 있다 해도 그들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메이너 농장만 해도 말 열두 마리, 암소 스무 마리, 양 수백 마리에게 상상 이상의 안락하고 품위 있는 삶을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계속 이 비참한 조건 속에 살아야 하는 겁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인간들이 몽땅 도둑질해 가기 때문입니다. 동무들, 우리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거기 있소.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오. 인간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몰아내기만 하면 우리의 굶주림과 고된 노동의 근본 원인은 영원히 제거될 것이오.

인간은 생산하지 않으면서 소비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그는 젖을 생산하지도 않고 달걀을 낳지도 않으며 힘이 부쳐 쟁기도 끌지 못하고 토끼를 잡을 만큼 빨리 뛰지도 못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동물의 주인입니다. 그는 동물들을 부려먹고는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먹이만 주고 나머지는 모두 자기가 챙깁니다.

-중략-

그러므로 동무 여러분, 우리 삶의 이 모든 불행이 인간의 횡포 때문이라는 게 너무도 명백하지 않소? 인간을 제거하기만 하면 우리의 노동 생산물은 모두 우리 것이 됩니다. 하룻밤 사이에 우리는 부자가 되고 자유로워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입니까? 우리는 온 신명을 바쳐 인간이라는 종자를 뒤집어엎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동무들, 이것이 내가 여러분에게 주는 메세지요. 반란을 일으키라, 반란을! ----- 여러분의 남은 여생 동안 그 목표에서 눈을 떼지 마시오! 무엇보다도 나의 이 메세지를 다음 세대에 전해 주어 미래의 모든 세대가 승리의 날까지 투쟁을 계속할 수 있게 하시오.

그리고, 동무들, 여러분의 결의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걸 기억하시오. 헛된 얘기에 솔깃해서 길 잃고 헤매면 안 됩니다. 인간의 동물은 다같이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한쪽의 번영이 곧 다른 쪽의 번영이기도 하다 따위의 말을 인간들이 하더라도 그 말을 믿지 마시오. 그건 모두 거짓말이오. 인간은 인간 말고는 그 어떤 동물의 이익에도 봉사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동물들에게는 완벽한 단결과 투쟁을 통한 완벽한 동지애가 필요하오. 모든 인간은 우리의 적이며 모든 동물은 우리의 동지입니다.

 

메이저의 가르침을 완벽한 사상 체계로 발전시킨 것은 이들 세 마리 돼지들이었다. 그들은 그 사상 체계에 <동물주의>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연설은 마르크스 주의와 흡사하고 반란을 일으키라는 내용은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구절 '잃을 것은 쇠사슬밖에 없는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와도 같은 말로 들린다.

「부르주아 사회에서는 살아 있는 노동이 축적된 노동을 늘리는 수단 일 뿐이고,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축적된 노동이 노동자의 생활을 폭넓게 하고 풍요롭게 하며 장려하는 수단일 뿐이다.

이처럼 부르주아 사회에서는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나.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현재가 과거를 지배한다. 부르주아 사회에서는 자본이 독자성과 개성을 갖고 있는 반면에, 활동하는 개인은 독자성과 개성을 잃고 있다. - 칼 마르크스 -

 

이 연설로 인해 모든 동물들은 흥분했고 정말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메이저가 말한 '반란'의 기회를 꿈꾼다. 메이저는 곧 그가 예감했듯 죽음을 맞이하지만 얼마 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반란의 기회를 맞이한 동물들은 우여곡절 끝에 메이저 농장을 손에 넣게 된다.

그들은 행복했다. 일이 힘들어도 동물들의 농장이 된 그곳은 일터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고, 농장주가 있을 때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됐으며 배분되는 곡식도 많아지고 삶도 윤택해져 갔다.

그들의 동물농장이 잘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계명 일곱 가지도 만들어 외웠다.

 

[일곱 계명]

1.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농장의 모든 동물들은 모두의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나가 됐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자 똑똑한 돼지들은 더 많이 갖고 싶어 했고 그 영광을 영원히 누리고 싶어했다. 그 욕망이 강했던 나폴레옹은 개들을 앞세워 무력으로 스노볼을 내쫓고 본격적인 독재를 시작한다.

스노볼이 계획했던 풍차사업도 나폴레옹 자신의 것이었다며 다른 동물들을 속이고 풍차에 필요한 것들을 구하자면 농작물을 팔아야 한다며 인간(회계사)를 끌어들인다. 바로 일곱 계명의 첫 번째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란 계명을 어긴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계명을 못 외웠거나 까먹어서 기억을 못했지만 기억을 하는 몇몇 동물들 사이로 나폴레옹이 계명을 어겼다는 여론이 피어 오르자 요사꾼 스퀼러가 나서 말로 그들을 현혹 한다거나 그것도 되지 않으면 사나운 개들을 대동하고 협박했다.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됐다.

나폴레옹은 농장주였던 존즈가 살던 집에서 살기 시작했고, 침대에서 자고 옷을 입고 술을 마셨다.

이렇게 동물 농장이 잘 운영되기 위해, 메이저가 말했든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라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일곱 계명을 어기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잡음은 스퀼러와 오리, 양들을 이용해 언론 플레이를 하거나 그도 먹히지 않으면 개들을 이용해 무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동물들은 불려가기 시작했고, 그들은 끝내 스노볼의 사주를 받았다는 자백을 하고 죽임을 당하는 무자비한 동물 학살이 시작된 것이다.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클로버는 여러 해 전 동물들이 인간을 뒤집어엎기로 했을 때 일이 이 지경이 되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오늘 있었던 공포와 살육의 장면들은 늙은 메이저가 그들에게 반란을 사주했던 그날 밤 그들이 꿈꾸고 기대했던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담긴 미래의 그림이 있었다면 그것은 굶주림과 회초리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사회, 모든 동물이 평등하고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 메이저의 연설이 있던 그날 밤 그녀가 오리새끼들을 보호해 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그런 사회였다. 그런데 그 사회 대신 찾아온 것은, 아무도 자기 생각을 감히 꺼내놓지 못하고 사나운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돌아다니고 동물들이 무서운 죄를 자백한 다음 갈가리 찢겨 죽는 꼴을 보고야 하는 사회였다.

 

나폴레옹은 이제 단순히 나폴레옹으로 호칭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 대한 공식 칭호는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지>로 바뀌었고 이 밖에도 돼지들은 <모든 동물들의 아버지>, <인간들의 두려운 존재>, <양떼의 보호자>, <어린 오리들의 친구>등의 칭호를 그에게 갖다 붙였다.

미니무스가 지은 나폴레옹 동무 라는 시는 농장의 이런 느낌을 잘 표현해 주고 있었다.

 

아비 없는 것들의 친구이시며

행복의 샘이시고

마실 것의 주인이신 그대여! , 내 영혼은 불붙도다, 침착하고 위엄에 넘친

하늘의 태앙 같은 당신의 눈을 볼 때마다

아아 나폴레옹 동무시여!

 

당신은 당신의 모든 동물들이

좋아하는 것을 주시는 분,

모두 하루 두 번 배불리 먹고 깨끗한 짚단에서 뒹구네.

크고 작은 모든 짐승들이

우리에서 편안히 잠드네.

우리 모두를 지켜주시는

나폴레옹 동무시여!

 

내게 젖 빠는 새끼가 있다면

녀석이 한 홉들이 맥주잔만큼 키가 자라기도 전에

밀대만해지기도 전에, 배우리라

배우리라, 그대에게 충성하고

그대에게 진실해지는 법을.

그가 맨 처음 외치는 말은

나폴레옹 동무 일지니.

 

이렇게 나폴레옹은 독재의 모든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맘에 들지 않는 동물들은 반역으로 몰아 죽이고, 개돼지의 배를 채우기 위해 다른 동물들은 더 많은 양의 일을 해야 했다.

사실 이 책은 마지막이 절정이다.

돼지들의 만행은 만성화가 돼 동물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 된다. 하지만 어느 날 이 돼지들은 두발로 걷기 시작했고, 주변 농장을 인간들(농장주)을 초대해 술파티 까지 열게 된다.

 

오늘 자기는 친구들과 함께 동물농장을 구석구석 두 눈으로 시찰했는데 그 결과 무엇을 발견했는가? 가장 현대적인 경영 방식뿐만 아니라 높은 규율과 질서를 발견했으며 이는 다른 모든 농장들의 귀감이 될 만한 것이었다. 자기는 동물농장의 등급 낮은 동물들이 영국의 어느 농장 동물들보다도 일은 많이 하면서 먹기는 적게 먹는 효율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와 동료 방문객들은 이런 많은 장점들을 오늘 동물농장에서 발견했고, 그것들을 즉시 자기네 농장들에 도입할 생각이다. --- 핑킬턴 씨는 다시 한번, 동물농장이 식량 분배는 줄이면서 노동시간은 늘인 것을 축하하고 그가 본 대로 이 농장에서는 동물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일이 없다는 것도 축하했다.

 

책은 초반부터 마르크스를 떠올리게 하고 사회주의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 대입에 감탄하고 재미있게 읽기 시작했지만 뒤로 갈수록 지금 나와 연결된 사회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동물농장을 보며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고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은 정말 없는 것일까? 그곳은 진정 유토피아인 걸까?

 

훌륭한 이론의 사회주의 국가는 이미 무너졌거나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소련이 그랬고 북한이 그렇다.

그 이유를 나는 스탈린과 김일정(김정일, 김정은)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원초적인 본성을 이겨낼 인간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혹시 마르크스가 그런 위치에 있었다면 그는 어땠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동물농장

저자
조지 오웰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1-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영국 작가의 세계적인 장편소설. 인간에게 착취 당하던 동물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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